춘강 엄용식 화백님의 소천(所天) - ‘영면’(5-5)
나중에 하는 이야기이지만
병원에 계실 때에
영면에 대해 글을 쓴 후
읽어드렸더니 참 잘 썼다고 말씀해주셨다.
잠시
전문을 밝혀보면 아래와 같다.
영면(永眠) - 아름다운 이별(2015년 12월 4일) / 청아당 엄 상 호 詩
소리 없이 다가오는 고통도 고통이듯이
호흡이 멈추기 전에
눈을 뜨고 말하라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은
호흡을 멈춘 후
모든 것을 내려놓는 일이다
그동안
잠들지 못했던 모든 잠까지
잠들 수 있는 것이 죽음이듯이
영면은
아름다운 의식이자
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동안
지옥 같은 현실과 고통 속에서
잠들지 못했던 모든 잠까지
영원히 잠들 수 있는 곳이 영면이다
그곳에는
삶도 죽음도 없는
가장 편안하고
흔들림이 없는 공간이기에
마음 놓고 잠들 수 있는 곳이다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일어날 수 없는 곳이기도 하지만
진공상태에서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 누가 고통을 고통이라 했는가
그 누가 행복을 행복이라 했는가
삶도 죽음도
모두 다 한 몸이자 한 식구인데
영원히 잠들 수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자 기쁨인 것을
누가 방해하려 하는가
의식이 또렷하고 말까지 할 수 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이
울화통 같은 화병을 키우는 계기이자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게 하며
극한의 인내심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삶이 멈추거나
죽음이 달려오겠는가
서있는 그곳이
바람이고 구름이지 않은가
영면은
그 누구도 꿈꾸지 못한 공간이자
죽음이기에
태풍의 눈으로 달려들어도
또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는 곳이 아니던가
하늘과 땅
우주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자
진공상태인 영면
그곳은 우주를 총괄하는 최고신조차 접근할 수 없는
성역이자
우리들의 눈을 피해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다
더는 말하지 말자
더는 듣지 말자
더는 귀를 기울이지 말자
오고감에 있어
그 누가 우리들을 단죄하겠는가
서있는 그 모습 그대로
바람처럼
구름처럼
산처럼
그렇게 서있다 가면 그만인 것을
2016년 2월 10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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