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더는 부러울 것 없는 시간

청아당 2016. 2. 5. 16:34

더는 부러울 것 없는 시간

 

다른 환자들에 비해 매우 점잖은 분이라고

조무사들 간에 회자되어지고 있다.

 

어떤 게 점잖은지는 잘은 모르겠으나

3교대로 출근할 때마다

한번이라도 더 들리게 된다고 한다.

 

딱히 조무사분들께 잘해드리는 것도 없는데

이구동성으로 합창하듯 만날 때마다 말한다.

 

한편으론 고마우면서도 죄송스러운 일이다.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포괄간호서비스’의 질이

날로 향상되어져가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환자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거나

몸을 닦아주며

깨끗하면서도 깔끔한 환자로 만들어 놓는다.

 

남 보기에 심히 좋아 보이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2월 2일엔 건강이 좋아져서

가족들을 불러놓고 이야기를 나누셨다.

 

말 그대로 3일간 푹 주무시고 일어나신 것이다.

다만 식사를 못하시다보니

기력이 떨어져 말씀하실 때 힘들어하신다.

하지만

가족들을 알아보시며 이야기를 나누셨다.

 

오랜만에 얼굴이 화평하시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 보이신다.

 

숨소리도 부드러워지고

이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실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아 보이신다.

 

남동생이 어머님을 모시고 병실에 찾아왔다.

아버님을 바라보시는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언제 어떻게 가실지 모르기에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에

부부의 연을 챙기시며 가슴아파하셨다.

 

어머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밥을 먹지 못하거나

죽을 먹지 못하거나

물조차 마실 수 없으면

더 이상 생명을 이어나가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가족들 중에서

가장 큰 효자는 셋째와 다섯째 동생이다.

물론 다른 동생들도 잘하고 있지만

마음 씀씀이가 하늘을 감동시킬 만큼

깊고도 깊기 때문이다.

 

 

어제 또한 얼굴빛이 좋아 보이셨고

의식이 없는 가운데서도

정신력만큼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 또한 어제와 비슷한 증상이시다.

 

 

이제 더는 부러울 것 없는 시간을 가지신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광경을 지켜 본적이 없어

달리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단 한순간일지라도

가족과 함께 담소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자 영광이기에

더는 바랄 것도

더는 부러울 것도 없다고 본다.

 

2016년 2월 5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