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보면(수정)

청아당 2016. 2. 8. 18:37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보면(수정)

 

승화원에서

한줌 흙으로 남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일이자

허허로운 공간을 맞이하는 일이다.

 

죽고 나면

해야 할 일이 없어지고

조무사와 간호사의 임무 또한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에

고인 앞에서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텅 빈 곳이지만

새롭게 따뜻한 애정이 되살아나야 하기에

삶과 죽음은 하나이자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죽으면

가장 바쁜 곳이 종교이다.

사후세계에 대한 고인의 안녕이 최우선적이기에

가장 빨리

천국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그것으로 삶은 정지되어지고

그것으로 죽음 또한 더욱 격렬해진다.

 

이 얼마나 허망하고

이 얼마나 공허한 일인가?

 

남는다는 것은

생전에 이루어 놓은 업적과 사람들과의 관계일 것이다.

 

그렇지만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이승에서 함께 했었다는 이유하나만으로도

그의 넋은

하늘을 울리고 땅을 울릴 수도 있다.

 

보아라!

간다고 슬퍼할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온다고 기뻐할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오가는 길은

늘 외롭고 쓸쓸하기에

서로가 손을 맞잡고

따뜻한 포옹이라도 해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201628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