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운명은 천명이다

청아당 2016. 2. 1. 16:54

운명은 천명이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 한

삶도 죽음도 없다.

 

고통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의식이 있을 때는

의식이 있어 괴롭고

의식이 없을 때는

의식이 없어 괴롭다.

 

호흡할 겨를도 없이

뼈마디 마디에 녹아내린 죽음의 그림자!

 

얼마나 더 삶을 즐겨야

이러한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죽음보다 더한 세계가

진정 삶의 모습이란 말인가?

 

이보다 더한 세계가 또 있겠는가?

 

아무리 눈높이에 맞춰 산다고는 하지만

죽음보다 더한 세계를 즐겨야한다면

그것처럼 애통한 일도 없을 것이다.

 

가야한다면

가장 편안하게 보내드리는 것이

옳은 일일지도 모른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있다면

갈등이 큰 쪽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사투 속에서도

우리들이 선택해야할 일은 많지가 않다.

 

그리고

담임 목사께서 병실을 방문하여

마지막 임종예배까지 마쳤다면

더 이상의 미련은 없다고 본다.

 

의식조차 희미해진 가운데

간호사와 조무사가 흔들어 깨워도

대답이 없다.

힘들게 깨워야 그나마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로

하루하루가 짧아지고 있다.

 

아직은 더 지켜보면서

하늘의 뜻에 따르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손만 내려놓고 있다.

 

삶이란?

참으로 질긴 놈이다.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목숨 줄을 놓지 못하게 하고

가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허망하게 보내버리는

청개구리 같은 속성이

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하늘을 감동시킬 만큼 기도하지 않으면

한 번에 들어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애간장을 다 태운 후에야 들어주는 소원만

난무했던 것 같다.

 

이제 더는 미련을 갖지 말자?

그것이 목숨을 요구하는 일일지언정

어찌 후회가 되겠는가?

 

이승과의 결별을 선언할 때까지

청각에 의지하며

침묵으로 영면하고자할 뿐이다.

 

2016년 2월 1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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