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선교장(船橋莊) - 세 번째

청아당 2014. 6. 19. 19:28

선교장(船橋莊) - 세 번째

 

눈을 즐겁게 하고

귀를 즐겁게 하고

마음을 즐겁게 하고

발걸음을 즐겁게 하는 곳!

 

분명 보고 있는데 또 보고 싶은 곳!

분명 머물고 있는데 또 머물고 싶은 곳!

 

하늘을 땅 삼아 뛰어놀던 구름이

바람이 이끄는 데로 내려와

연못위에 세워진 활래정(活來亭)에서

차 한 잔 음미해가며 시서화(詩書畵)를 논하고 있다.

말로 하는 시가 아니라

귀로 듣는 시가 아니라

눈으로 보면서

향기로 말하는 시를 노래하며

침묵으로 말하는 시를 노래하고 있다.

발걸음조차 숨죽여가며

화선지에 펼쳐진 묵향으로

(詩)를 지으며

감성과 영혼으로 느끼는 시를 노래하고 있다.

 

선교장 뒷산에

나무둘레 3m에

수령 552년(지정일자 1982년 11월 13일(520년)~2014년(552년)) 보호수인

금강송(金剛松)을 평상처럼 펴놓고

산책길처럼 걸을 수 있도록 해놓은 곳!

 

선교장(船橋莊) 노송(老松)

직선과 곡선의 조화를 꿈꾸며

발길을 막고 있듯이

우리네 발걸음 또한

열화당(悅話堂 ; 기쁨의 이야기를 나누는 집)을 거쳐

한옥체험관 툇마루에 걸터앉아

금강송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 길이 아무리 멀다하여도

달려가면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마음 놓고 꿈꿀 수 있는 곳!

경포대(鏡浦臺) 누각 주변에

곡선의 미(美)로 허리를 굽히며

가장 낮은 자세로 서있는 노송(老松)

대보름달을 기다리며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추석 명절에 가장 빛나는 천상의 노래이자

나그네와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이 즐겨 찾는 곳!

관동팔경의 하나로 그 명성을 높이고 있다.

 

잡지 않아도 다가오는 빛이 있고

놓지 않아도 달려가는 빛이 있어 좋은 곳!

보는 것보다

손으로 잡아끄는 힘만 있다면

그 어딘들 달려가지 않을 곳이 있겠는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듯

아름다움은 말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법!

 

경포대 앞에 펼쳐져있는 경포호수 하나만으로도

강릉을 대표하는 일이건만

오죽헌(烏竹軒)의 뿌리인

현모양처이자 여류 서화가(1504년~1551년. 48세 별세)

신사임당(申師任堂)

조선 중기 성리학자이자 정치가이자 교육자인

율곡(栗谷) 이이(李珥 : 음력 1536년 12월 26일~1584년 1월 16일. 49세 별세)

학문적 깊이와 예술성까지 갖추고 있어

선교장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한국적인 미(美)의 진수와 최고의 명당자리로 평가받고 있는

선교장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천하를 들썩이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낫고

보는 것보다 걷는 것이 더 낫고

걷는 것보다 달리는 것이 더 낫듯이

한 호흡사이에 선교장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경포호와 27세의 나이로 이승과의 결별을 선언한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년~1589년, 본명 초희, 호 난설헌, 허균의 누나.)

생가를 사이에 두고

달려오는 바닷물을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달린다고 달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멈춘다고 멈출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오가는 곳엔

늘 하늘의 뜻이 함께하고 있어

발걸음 움직이는 데로

마음 움직이는 데로

달려라하면 달릴 것이요

멈춰라하면 멈출 뿐이다.

 

더 이상 오고감이 없는 세상에서

삶을 위한 도약이든

죽음을 위한 초월이든

하늘과 땅과 사람이 만나는 곳에서

숨 한번 크게 쉬고

눈 한번 크게 뜨고

묵묵히 살아가면 그만일 것이다.

더구나 아침산책길에서 만나는 서기어린 기운이 느껴질 때

자연과 하나 되어 우주를 향해 달리는 모습은

가히 천하의 절경에 비견하여도 결코 뒤지지 않은 풍광일 것이다.

 

걷는 것보다 더 좋은 명상은

달리는 것보다 더 좋은 명상은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는

정중동(靜中動)

움직이는 가운데 고요함이 있는

동중정(動中靜)일 것이다.

 

걸음걸음마다

말하지 않아도 절로 발걸음이 움직이고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곳!

놓고 싶어도 놓을 수 없는 곳!

소유와 무소유가 함께 걷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6월 14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