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며-멈춤과 달림의 갈림길에서
아름다움 뒤에는 고통의 깊이로 서있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달려야 고통이 끝날지 모르지만
얼마나 멈춰야 고통이 끝날지 모르지만
손에 쥐어본 사람들은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 한다.
그 끝에는 헛된 허상이 자리하고 있기에
집착을 불러들이고
욕망을 불러들이며
한길로 나있는 길을 향해 무작정 달리고 싶어 한다.
그렇다.
처음과 마지막이라는 단어 속에는
한 번에 풀 수 없는 족쇄가 있고
내면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혼란스러워지기에
눈을 감고
귀를 닫고
멈춤이라는 황홀한 경지에 빠져들기도 한다.
멈춘다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던져놓고
생동하는 삶을 불러들여
뒤돌아보고자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듯이
바로 이곳에서
나아가고 멈출 줄 아는 지혜를 얻기 위해
달리는 와중에도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숨 막히는 삶속에서 밟을 때도 있고
정적에 갇혀 밟을 때도 있다.
그렇다.
산다는 것은 움직임이 있어야한다.
죽는다는 것은 멈춤이 있어야한다.
이 둘은 하나로 합치기도 하지만
둘로 나눠지기도 한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어려운 삶이지만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기도하다.
보라!
무엇 때문에 사는가? 를 묻고 있는 하늘의 질문에
보라!
무엇 때문에 죽는가? 를 묻고 있는 땅의 질문에
흔쾌히 대답하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딱 한가지이다.
살아있으니까, 살아가고
죽을만하니까, 죽어간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뒤돌아보면 짧은 인생이지만
앞을 향해 달릴 때는 결코 짧은 인생이 아닌 것이다.
늘 그곳에서 영원히 멈춰버릴 것 같은 고통도
뒤돌아보면 한낱 허상에 지나지 않듯이
중요한 것은 앞으로 달릴 수 있는 추진력이다.
꿈이 있어야하고
희망이 있어야하고
목표가 있어야하고
누구를 위해 살아가야하는지를 알 수 있어야한다.
자신을 위한 삶인지
남을 위한 삶인지
그렇지 않고 이 둘을 위한 삶인지를 알아야만
안개에 갇힌 길이 보이고
앞으로 생겨날
또 다른 길을 향해 달려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
길은 길을 만들어가며
길에서 길을 묻게 만들지만
또 다른 발걸음은 땅을 밟으며
끝없이 이어진 길을 따라 걷게 된다.
비록 그 길이 삶을 위한 길이 아니라
죽음을 향한 길일지라도
길은 꿈을 불러들이고
길은 희망을 불러들이고
길은 목표를 불러들이기에
길을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하며 달려가고자 하는 것이다.
비록 길 없는 길일지라도
달리다보면
또 다른 길이 생겨날 수 있기에
삶의 풍요를 계획하며
앞만 보며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 우리들이 살아가야할 길이고
우리들이 선택하며 건너 가야할
마지막 강이자 우주의 통로인 것이다.
2013년 1월 1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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