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우주의 품에서 떠나온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지구가 좁거나
우주가 좁아진다.
처음부터 달려 나오지 말았어야했다.
침묵과 고요로 잠든 우주의 품에 안겨
영원히 잠들어야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이거나
감동어린 눈물이거나
이 모든 것은 우주를 여행하기 위한 길잡이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여행하기 힘든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지구도 그렇고
우주도 그렇다.
세월이라는 그물에 걸리거나
우주의 그림자에 걸리면
덫에 걸린 동물처럼
몸부림을 쳐야하듯이
현실에서 사람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하늘이 준 특권을 누리거나
자연이 준 특권을 누릴 수가 없다.
목적 없이 달리는 구름처럼
목적 없이 달려오는 파도처럼
변수가 많은 삶에는
고통과 시련으로 줄을 만들어 걸어놓거나
기쁨과 슬픔으로 종을 만들어 걸어놓거나
이 모든 것은
하늘이 정해 논 것이요,
자연이 정해 논 것이다.
우리들의 발걸음은 경쾌하게 움직이거나
우리들의 발걸음은 무겁게 움직여야한다.
땅위를 걷는 것은
길 위에서 길을 묻는 동작과 같다.
하늘위에서 걷는 것은
허공으로 난 길을 불러들여
우주의 끝점과 시작점을 묻는 일과 같다.
걸어서가거나
달려가거나
우리들의 관심은 오로지 여행이라는 길에
정신을 쏟아 붓고 있다.
그것은 자연이나 하늘도 감당하지 못한
사람만이 즐겨야할 가장 큰 감동이자
새로움에 대한 창조를 갈구하는
우주의 꿈이자 희망으로 통하고 있다.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자신만의 여행은
나무에서 풀밭에서 쏟아져 나오는
계절의 여왕 5월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에 대한 예찬이다.
그만큼 우리들의 눈은 호강하고 있으며
자연을 등에 업고
우주를 향해 달리고 있는
생명의 잔치인 것이다.
한번 간 길은 잊어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추억으로 바뀌어도
생명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는 5월인 것이다.
얼마나 더 달려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더 달려야만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5월의 생명은
여행길에서 가장 큰 기쁨으로 달려오고
새로운 생명에 대한 진실을
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하늘이 고마울 따름이다.
여행은 발로 뛸 수 있는 건강이 있어야
살아 숨 쉬는 자연을 만날 수가 있고
살아 숨 쉬는 하늘을 만날 수가 있는 것이다.
끝에서 처음을 향해 달리는 여행은
자연이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멈추게 해야만 비로소 멈추게 된다.
2011년 5월 9일 월요일
여행길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