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텅 빈 곳으로

청아당 2011. 5. 8. 13:39

텅 빈 곳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을 알고 가는 길은

편안하다.

허공에 떠있는 달처럼

가슴으로 파고드는 은은한 빛처럼

갇혔던 마음이 열리는 길로 연결되기에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간단한 안부인사로

매일같이 우주를 향해 묻고 있지만

대답은 늘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손에서 놓으라고 말하기도하고

서있는 곳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다.

손에서 놓는다는 것은

우주를 내려놓거나

머리에 든 모든 명상과 경험

그리고 지식을 내려놓으라는 말과 같기에

텅 빈 곳을 향해

함부로 우주적인 약속을 할 수가 없다.

사람이기에

때로는 공존하는 선악에 갇혀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를 들기도 하고

텅 빈 우주를 향해

침묵과 고요를 깨워

우주의 깊은 곳으로 딸려 보내야하기에

숨조차 쉴 수 없는 발밑에서 고개를 내민다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이겨내야만 가능하기에

가슴이 후련해질 때까지

우주적인 명상 속으로 빠져들어 한없이 우주여행을 즐기며

선으로 그어놓은 경계를 안팎으로 자유롭게 드나들기도 한다.

우리에게 텅 빈 곳이란 허공을 말하기도하지만

우주를 말하기도하고

우주의 틈새에 단단하게 박힌 사후세계를 말하기도 한다.

엎어지면 또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우리에게는 텅 빈 곳이 꽉 찬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시공을 초월한 우주의 품이 될 수도 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삶보다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우주가 있기에

처음과 끝을 말하기 전에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모든 행동들은

텅 빈 곳으로 가기위한 예행연습에 불과하지만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우주조차 통째로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2011년 5월 8일 일요일

 

텅 빈 곳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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