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
우주의 틈새에 끼어있는
문을 두드려보아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그날따라 우주의 신들이 산책을 나갔거나
깊은 잠에 빠져들어
안부를 묻는 사람들의 정성을 외면하고 있다.
겉은 언제든지 속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속은 밖으로 나가기 전에
묵언수행을 해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분명 우주는 우리들의 생각과 인간이 발견한
과학의 끝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신과 인간의 충돌사이에서
혹시라도 불협화음이 일어날까봐
아무도 모르게
무한한 우주여행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날마다 우주의 깊은 곳을 가리키며
오늘 하루도 무사하게 지냈음을
신에게 보고를 하지만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우주의 틈새를 막아버리기도 한다.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도
신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신들은 인간의 기복신앙에 대해
호의적으로 대하고 있다.
비록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보고된 수많은 정보들을 멀리하면서까지
눈을 감아버리기도 하지만
시간을 잊은 채
쉬지 않고 기도하거나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감동시키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언제나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인간이지 신이 아니기에
신들의 여유는
인간의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어
구름위에서 소요유(逍遙遊)를 즐기기도 한다.
우주의 겉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우주의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훨씬 더 어렵지만
때로는 우주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위험요소를 밖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보고 싶다는 욕망보다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
질적 정보들을 원하고 있기에
틈만 나면 우주의 틈새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우주적인 궁금증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눈만 감으면
모든 것을 열어놓고
관람할 수 있는 그리고
호기심을 버리지 않는 한
우주는 겉과 속을 동시에 아우르며
닮은꼴이 많은
인간의 겉과 속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도 한다.
겉이 소유욕으로 가득 차 있다면
속은 무소유로 일관하며
말보다 실천으로 먼저 증명하라고
우주적인 압력을 넣기도 한다.
인간의 승리보다는
우주의 승리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우주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인간은 낮은 자세로 우주의 끝이 보일 때까지
침묵으로 일관하여야 한다.
2011년 5월 6일 금요일
우주적인 겉과 속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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