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비움

청아당 2011. 3. 23. 19:55

비움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면

허공처럼 살 수 있을까?

바람도

구름도

말릴 수 없었던 세월의 흔적을 지워가면서

오늘 서있는 이곳에서

텅 빈 공간처럼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처음부터 먼지였고

꿈에서조차 보이지 않았던 형상으로

우리들 생각에 갇혀 살고 있지만

존재 없는 무의 세계에서

영원한 공간의 중심에서

고요의 극점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놓을 것도

잡을 것도 없는 공간에서

숨조차 쉴 수 없는 그런 자세로

살아갈 수 있을까?

비운다는 것은

또 다른 채움으로 다가가기위한

몸부림인 것처럼

처음부터 생각 없는 무생물처럼

존재하면서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수 있는 용기로

살아갈 수 있을까?

꿈도 버리고

욕망도 버리고

현실에 서있는 그림자조차 버리며

우주의 공간 한가운데에 서서

살아갈 수 있을까?

그 누구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삶으로

바람으로 태어나

허공처럼

모든 것을 비우며

살아갈 수 있을까?

 

2011년 3월 23일 수요일

 

비움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