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면
허공처럼 살 수 있을까?
바람도
구름도
말릴 수 없었던 세월의 흔적을 지워가면서
오늘 서있는 이곳에서
텅 빈 공간처럼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처음부터 먼지였고
꿈에서조차 보이지 않았던 형상으로
우리들 생각에 갇혀 살고 있지만
존재 없는 무의 세계에서
영원한 공간의 중심에서
고요의 극점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놓을 것도
잡을 것도 없는 공간에서
숨조차 쉴 수 없는 그런 자세로
살아갈 수 있을까?
비운다는 것은
또 다른 채움으로 다가가기위한
몸부림인 것처럼
처음부터 생각 없는 무생물처럼
존재하면서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수 있는 용기로
살아갈 수 있을까?
꿈도 버리고
욕망도 버리고
현실에 서있는 그림자조차 버리며
우주의 공간 한가운데에 서서
살아갈 수 있을까?
그 누구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삶으로
바람으로 태어나
허공처럼
모든 것을 비우며
살아갈 수 있을까?
2011년 3월 23일 수요일
비움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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