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아름다운 실수

청아당 2006. 5. 21. 12:35

아름다운 실수


20분~1시간짜리 녹음을 하려면

적어도 2~3시간씩 걸린다

1편만 녹음을 한다면

쉽게 끝낼 수도 있겠지만

16편을 녹음하려면 지구력과 인내심

그리고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내야만 한다

아무도 모르게 녹음을 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중의 하나이다

어떤 때는 심장이 멎는 듯한

긴장감속에서

녹음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처음은 어려운 법이다

기준과 방향설정이 정해져있지 않기에

더구나 성우가 아니다보니

음의 속도와 높낮이를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책에는 없는 살아있는 여백과 심법을 전해야하기에

편마다 다른 정성을 들여야 한다

가장 어려운 것이 “행공준비운동 21가지 동작”이고 가장 쉬운 것이 “행공정리운동 10가지 동작”이다

그렇다고 다른 것은 쉽다는 소리는 아니다

특히 “인체전자석의 원리를 이용한 신단”은 20회 이상 공력을 들인 작품이다

하지만 폐기처분해야한다

16편중에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것은

조회 수가 조금 높은 “생활행공”, “경락유통 시뮬레이션”, “내관법” 3편뿐이다

13편은 재녹음에 들어가야 한다

들을수록 부끄럽고 민망하여

도저히 

그냥 놓아두기가 마음이 편치 않다

다시는 녹음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였지만

실망스럽다는 네티즌들의 무언의 압력이 귓가에 맴돌 때면

하루라도 빨리 대체시키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평가나 검증 없이 침묵을 지킨다고 그대로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나름대로 고도의 감각이 되살아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불필요한 부분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담백하면서도 깔끔하게 다이어트를 시켰다

재녹음은

처음보다 수월하지만

녹음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시간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가장 이상적인 시간대를 찾아 녹음을 하면

별다른 문제가 안 되겠지만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을 극복한 후 해야 하기에

자유로운 시간 선택은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 녹음할 때는

1편을 녹음하는데 10회에서 20회 이상을 해야 했다

기준과 방향설정을 잡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캄캄한 밤길에 빛을 발견할 때까지

무작정 걷는 경우라 말할 수 있다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길이 생겨난 것이다

아무리 어렵고 고통스럽게 이루어졌다하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16편중에서 3편만 남겨두고

13편은 폐기처분한 후 어렵게 재녹음을 마쳤다

하지만 아직도 1편은 재녹음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있다

여러 번 정성을 들여 녹음을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꼭 있게 마련이다

더구나 이 1편은 3일 동안 누더기처럼 편집과정을 거친 것이다

편집과정도 어렵지만 녹음은 더 어렵기에 고민하는 것이다

녹음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 편집과정이다

더빙을 하면서 세밀하게 검색해야하기에

녹음시간보다 더 걸리는 것이 편집과정이다

녹음을 하다보면

10초 동안 녹음을 할 수도 있고

2분을 녹음할 수도 있다

어쩌다 10분 이상 녹음을 하게 되면

그 뿌듯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2분을 녹음하기 위해서

2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가 있어

10분 이상 녹음을 하는 경우는 그야말로 행운이다

처음에는 1시간 동안 녹음을 한다면

무식하게 1시간 동안 틀리지 않고

녹음을 했지만

피마르는 긴장감 때문에 포기한지가 오래되었다

1시간 동안 틀리지 않고 녹음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야말로 적막강산 속에서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에

외부의 잡음이 발생하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녹음 중간에 전화가 걸려오거나

초인종이 울리는 경우

또는 예기치 않은 잡음들이 쏟아져 들어올 때면

공들인 녹음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특히 작년에는

옆집 강아지 때문에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다

6개월 이상 밤낮으로

울면서 조르는 어린아이처럼 낑낑거리는 강아지 때문에

녹음시간의 포인트를 잡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신기한 것은

녹음을 시작하면

낑낑거리던 강아지는 소리 없이 침묵을 지켜주었다

결국에는 주인도 포기를 하고

올 초에 어디론가 보내버렸다

하지만 얼마안가

새로운 강아지가 그 뒤를 이었다

이번에는 조용한 편이라

방해받지 않고 무사히 녹음을 마쳤다

녹음을 하다보면

목소리를 다듬는 일이 제일 어려운 일중의 하나이다

좋은 기회를 잡아도

목소리가 막혀

녹음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만족할만한 목소리만 갖추어진다면

녹음하는 일이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말 그대로 참으로 힘든 행보를 걸어야만 한다

빠르면 5월말

늦어도 6월초면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새로 만들어진 “단광수련법”이 눈에 띌 것 같다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고

20회 이상 녹음된 것이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처음은 역시 어렵다

글을 쓰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녹음을 하는 일은 수십 배가 더 힘들다는 사실을 느꼈다

살아있는 감정을 실어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글은 평면적이지만 녹음은 입체적인 감정이 살아 꿈틀거려야하기 때문이다

단광기기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라 큰 기대를 할지도 모르겠지만

신단과 식단의 장점을 결합한 결정체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는 네티즌들을 놀라게 하는

아름다운 실수는 다시는 없어야 될 것 같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다시…

그건 그렇고

이제는 쉬고 싶다


2006년 5월 21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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