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죽비를 내려놓았구먼

청아당 2022. 8. 10. 21:41

죽비를 내려놓았구먼

 

5호짜리 9박스를 차에 싣고 시골우체국에 들렀더니

30년 넘게 포교 생활을 했다는 우체국에 근무하는 아주머니가

선원장에게 대뜸 하는 말이다.

 

선원장이 하는 말

저 정도는 되어야지! 하면서

오히려 흐뭇해한다.

 

내일이 하안거가 끝나는 날이다.

 

짐이 많아서 미리 전국의 절간에 택배를 맡기러 간 것이다.

 

참선을 해보지 않았으면 참선을 아예 하지 말라고 한다.

죽을 각오가 되어있지 않고 덤비는 사람에게는 말리고 싶다고 한다.

 

선원장에게 참선에 대해 묻자

참선을 모르는 사람은 경험이나 현상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고 한다.

 

참선에 참석하는 유형은 80%가 참선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스님들이라고 한다.

20%는 경영 능력이 뛰어난 주지 스님들이 가끔 참석하여

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신도들의 신임을 받기 위해 선방에 참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산중에 있다고 한가하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사람 사는 곳엔 늘 일이 따라붙는다고 한다.

 

홀로 사는 사람에게도

같이 사는 사람에게도

문제는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다.

 

스님들에게도 능력치가 다 달라서

이론과 강의에 능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참선에 능통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아니면 둘 다 능통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길 없는 길을 걷다 보면 산중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죽을 각오로 수행에 정진하기 위해 홀로 독거하며

오직 수행에만 몰입하는 경우가 있다.

 

규모가 큰 절에서는 작은 거처를 마련해서

상사관원(上死關院)과 하사관원(下死關院)에서 목숨을 걸고

수행에 정진하는 스님들이 계신다.

 

근기가 잘 갖추어져 있는 스님들이라면

대오각성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과 죽을 생각으로 가득할 것이다.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쌍으로 흘러내리는 곳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맑아져도

심전도처럼 요동치는 마음을 수평으로 붙잡아두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처음처럼 유지하는 것보다

늘 순간순간 변하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고 한다.

 

홀로 사는 것보다는

더불어 사는 것이 좋다고 한다.

 

계곡물을 바라보면

더불어 사는 법을 참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2022810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