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과 방어 – 공존하는 선악
바람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한곳에 오래도록 머물면 좋을 텐데 발길 닿는 데로 움직이다보니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나무 밑에 쉬었다가기도 한다. 바람은 흔들리는 것이 특징이다.
바람도 사람이다 보니 공격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방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정치가 그렇다. 단 한시도 움직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에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것이 정치판의 특성이기도 하다. 가만히 있으면 서로가 좋을 텐데 공격이 들어오면 방어를 안 할 수가 없다. 그대로 당하기보다는 숨 가쁜 각축전아래에서 각자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를 막론하고 살아있는 것 자체가 죄를 짓는 일이다. 공격이 있기에 방어가 있고 방어가 있기에 공격이 있듯이 방어와 공격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죄를 짓게 된다. 아니 살아남기 위해 죄를 짓는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털어서 먼지하나 안 나오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다. 살아생전 죄를 많이 짓다보니 털면 털수록 죄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함께 피를 묻혔던 세월이 있었다. 큰 틀에서는 정의인데 한쪽에서 바라보면 정의가 아닌 핍박과 억압으로 비쳐질 수가 있다. 이 무슨 소리인가? 어찌되었든 자신도 모르게 죄를 짓고 있다는 증거이다. 지금 그 업보로 인해 수많은 언론과 국회로부터 비난과 굴욕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인과응보는 그 어느 곳에서도 작동하는 것을 보니 업보가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국민이 시켜서 한 일인데 지금은 고스란히 자신의 업보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약하다고 편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온 국민의 관심과 질책 그리고 격려 속에서 그 자리를 지켜내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살다보면 예상을 초월하는 사건들이 줄지어 나타나기에 그 정도로 멈추라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교만과 겸손이라는 것이 있다. 아니 배려와 몰염치가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배려가 깊고 사려가 깊다면 바람도 나무 밑에 앉아 조용히 명상이나 하다가 옳은 방향을 향해 떠났을 것이다.
가끔씩 태풍과 강풍으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숨 돌릴 틈 없이 군사작전 하듯이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다. 물론 해야 할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역대급 태풍을 몰고 오듯이 과거에 그렇게 했더라면 참으로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된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희귀한 장면을 연출해가면서까지 해야 할 일인가? 를 조용히 생각해보면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누구를 위한 몸부림인가?
지금부터 밑그림을 그린다는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칼날은 함부로 흔들면 안 된다. 언제 자신에게 되돌아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의 힘을 함부로 쓰다가 그대로 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굳이 역사를 끄집어내지 않아도 자연의 이치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처럼 강약에는 조절이라는 것이 있다. 신속・정확하게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와 장소를 보아가면서 속도조절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모두가 이해하는 정의를 내세우면 이해가 갈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위한 정의로 행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그리고 고장 난 브레이크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무리 바람이 위아래가 없다고는 하지만 겸손으로 다가가지 않고 염치없이 달려 드면 인과율이라는 그물에 걸리게 되어 있다. 행한 대로 거두는 것이 인지상정이듯이 이왕에 휘두르는 칼날이라면 공정하면서도 좀 더 폭넓은 안목으로 칼날을 내리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한사람이 아닌 이보다 더 큰 죄를 지은 사람들을 향해 똑같이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나라를 흔들만큼 대역죄인 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군사작전은 평상시에는 잘 안하지만 필요할 때는 하는 것이 군사작전이다. 어떤 사람은 사생활침해라는 이유로 기각하고 어떤 사람은 하극상을 벌여가면서까지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과연 상식적으로 맞는 행동인지를 정중하게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비록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라고는 하지만 공존하는 선악은 외부의 요인이 발생할 때 생긴다. 성자들의 말대로 아니 적어도 텍스트에 주어진 대로만 살아도 이러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아가고 물러설 때를 아는 것이 가장 현명한 법이지만 사람이나 바람이나 잠시 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한번 피를 묻히면 끝까지 가려는 못된 습성이 몸에 배어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조금이라도 안목을 넓혀서 그렇지 않아도 어지러운 정국을 더 이상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동안 너무 많은 피를 손에 묻혔다. 겁이 없어진 것이다.
다 같이 힘을 모아도 이 난국을 극복하기가 힘든 일인데 더욱 거세게 몰아칠 이유가 없다면 굳이 망나니 같은 짓을 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개혁이 필요하면 개혁을 하는 것이 맞다.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함부로 흔들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이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이제는 잠시 숨을 돌려가면서 쉬어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너무 멀리와 버렸지만 그래도 명상을 하다보면 조금은 호흡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나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2019년 9월 24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