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든든한 바위처럼

청아당 2018. 4. 23. 07:55

든든한 바위처럼

 

바람이 불어도

구름이 흘러가도

든든한 바위처럼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호흡은 명상의 세계를 더 깊이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명상이 잘되고 안 되고는 문제가 안 됩니다.

 

잘되는 날이 있으면

이상하게 그 다음날은 잘 안 되는 날이 있습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라는 소리는

자연의 이치가 그러해서 그런 것입니다.

 

슬픔이 있으면 기쁨이 있고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듯이

삶도 그렇고

호흡수련도 그렇고

모든 것이 다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언제 그랬느냐싶게

다시 평온한 날이 옵니다.

 

 

마음을 놓는다는 것은

별개 아닙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놓는 것은 아닙니다.

 

잠시 놓는 것입니다.

어쩌면 찰나적으로 놓는지도 모릅니다.

 

호흡수련은 용맹정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무소의 뿔처럼 앞만 보며 달려야합니다.

 

뒤돌아보지 말아야합니다.

뒤돌아보는 순간 석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장흥유원지에서 수련생들에게 지도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유난히 호흡량이 좋고

깨달음의 세계에 근접하려는 수련자가 있었습니다.

 

함께 걷다가 운동화 끈이 풀린 적이 있었습니다.

 

다른 일행들은 먼저 앞서가는데

그 수련자는 끈을 매는 바람에 뒤쳐졌습니다.

 

끈을 매고 달려온 그 수련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순간을 놓치면 영원히 놓칠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순간적이지만

뒤쳐짐은 토끼와 거북이 같은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2018423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