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세로 서있는 소나무
처처안락국(處處安樂國)이 새겨진
108계단을 세워가며
경인송신탑 전망대에 올라섰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낮은 자세로 허리를 굽힌 채
학의 자세로 서있다.
한국의 소나무는
언제 보아도 정감이 간다.
노송이든
금강송이든
낮은 소나무이든
하늘을 치솟는 듯한
기상이 있어 멋있고
바람이 불어도 견뎌낼 힘이 있어
부럽기까지 하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산은 산을 지키고
나무는 나무를 지키며 서있다.
산과 나무는 이미 하나이다.
청량산 정상에 올라
송도국제도시를 바라보면
언제 어느 때라도 반기고 있다.
어떤 때는 미세먼지로 희뿌연 자세로 서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눈이 시릴 정도로 확연한 자세로 서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낙조에 물든 인천대교와 함께 서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청라국제도시와 함께 서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과 함께 서있기도 하다.
청량산에 오르면
볼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높은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늘 낮은 자세로 서있는 소나무처럼
겸손으로 허리를 굽히고 있다.
분명
오고감을 잘 아는 청량산이지만
어떤 때는 모른 척 눈을 감기도 하고
어떤 때는 반갑게 두 팔을 벌리며 반겨주기도 하고
어떤 때는 명상에 깊이들 수 있도록 고요와 적막을 깔아주기도 한다.
모르는 척
아는 척
눈을 감거나
눈을 뜨면서
산도 인생을 따라 움직인다며 귀띔을 해준다.
가야할 길이 있으면 가면 되고
와야 할 길이 있으면 오면 되는 곳이
청량산이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으로 통하고
몸짓으로
손짓으로
청량산에 오르다보면
밝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변한다.
모든 것을 놓아도 편안한 곳!
모든 것을 잡아도 부담이 없는 곳!
낮은 자세로 서있는 소나무와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는 한
조용한 기품과 성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2017년 9월 23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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