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꿈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가는 길은 많아도
걸을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거나
등에 진 짐이 가벼워보여도
발걸음까지 가볍지는 않다.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다가도
한없이 승승장구하는 용오름처럼
새벽을 기다리며
새로운 하루를 위해 달리고 있다.
사는 것은 죽는 일이기도 하지만
죽는 것은 사는 일이기도하다.
무엇이 등을 떠미는지는 몰라도
한곳에 오래도록 서있지 못하도록
밀어내며 또 밀어내고 있다.
어떤 때는 바람으로 밀어내기도하고
어떤 때는 비로 밀어내기도하고
어떤 때는 구름으로 밀어내기도하고
어떤 때는 태풍으로 밀어내기도하고
어떤 때는 폭설로 밀어내기도 한다.
바람에 떠밀려가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구름에 떠밀려가는 것은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
한발 한발 옮겨 걷다보면
보이지 않는 걸음이 생겨나고
한없이 달리다보면
삶의 길이 눈에 보이기도 한다.
그 누가 말했던가?
경쟁은 살기위해 생겨난 것이고
포기는 죽기위해 생겨난 것이라고
자연을 보호하고 싶어도
자연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살아있다는 것은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고
죽음은 자연을 보호하는 일이자 새로운 삶의 터전이라고
이보다 더 깊고
더 깊은 사색은 없다고 말하며
눈을 뜬 순간
우리들은 자리를 박차며 뛰어나가야 하고
눈을 감는 순간
우리들은 자리에 누워 영면에 들어야한다.
참으로 기막힌 일이지만
우주의 원에 뛰어들어
영원히 달리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이기도하다.
다시 말하면
한바탕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꿈을 구분 못하면서
현실에선 꿈이라 말하고
꿈속에선 현실이라 말하며
손뼉 치며
산길을 달리기도 하고
손뼉 치며
바닷길을 걷기도 한다.
2012년 4월 13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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