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내 모습으로 또 다른 내 모습을 보지 말라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숱한 생을 떠돌며 여기까지 왔거늘
지금의 내 모습이 과거의 내 모습이 아니듯이
지금의 내 모습으로 미래의 내 모습을 보지 말라!
다음 생애에서 지금의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없듯이
지금의 내 모습을 과거와 미래에서 찾지 말라!
처음 출발했던 내 모습이 우주이전의 세계가 될 수도 있고
처음 출발했던 내 모습이 우주이후의 세계가 될 수도 있고
처음 출발했던 내 모습이 먼지나 무생물로 존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 중에서도 가장 큰 행운이요
짐승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 중에서도 가장 큰 불행이다.
하지만 우주의 품에서 바라보는 눈은
사람도 짐승도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보일 수밖에 없다.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는 곳이기에
너와 나를 차별하지 않는 곳이기에
너와 나를 하나로 보고 있는
바로 그곳이
우리들의 천국이요
한없이 달리고 싶은 우주의 끝점이자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달려야 처음 모습 그대로 볼 수 있는지는 몰라도
지금 이렇게 살아 움직이거나
생각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이자 영원한 기쁨인 것이다.
지금의 내 모습으로 또 다른 내 모습을 보지 말라!
또 다른 내 모습으로 지금의 내 모습을 보지 말라!
가는 것은 자신의 마음이지만
오는 것은 하늘의 뜻이니
오가는 길목에서 서로 눈길만 마주치더라도
인연 중에서도 가장 큰 인연이다.
바로 그것이
우리들이 살아야할 이유이고 존재해야할 이유인 것이다.
2014년 1월 3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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