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내관법(內觀法) - 시단법/단음법
시단법(내시법)
지금껏 밖을 향해 살아왔다. 이제는 자신의 내부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유심히 살필 시간이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호흡을 하는 동안 내부를 주시하라. 특히 지식상태에서 생명에너지의 이동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마음으로는 시계방향과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리기는 하지만 왠지 석연치가 않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창조의 원동력)을 연상하라고는 하지만 어디 그게 쉽게 되는 일인가. 태양은 커녕 일말의 빛조차 느끼지 못한다. 무슨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진다. 이럴 때 내리는 비책이 손에 잡히는 시단법(視丹法)과 단음법(丹音法)이다.
시단법(視丹法)은 내시법(內視法)이라고도 한다. 하단전에서 생명에너지의 이동 상태를 관심을 갖고 유심히 살피는 동작을 시단법이라 한다. 외부로 흩어지기 쉬운 마음을 묶어 하단전에 고정시킴으로써 정신의 집중화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시단법이 잘 안 된다. 마음도 생명에너지가 갖고 있는 속성 즉, 기체의 성질을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기체는 한군데에 오래 머물 생각을 안 한다. 천방지축으로 어디론가 자꾸 이동을 하고 싶어 한다. 마치 야생마처럼 들길을 마음 놓고 달리고 싶어 하기 때문에 마음을 하단전에 묶어둔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는 마음을 다스리는 훌륭한 조련사가 되어보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마음을 잡아두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강제성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모든 정신을 내부를 향해 소리를 죽이는 것이다. 마음의 눈(심안)으로 하단전을 강렬하게 응시하고 내부에서 도대체 어떤 반란이 일어나는가를 살피는 일이다.
잡념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안하던 짓을 하려면 반항은 일어나게 되어있다. 처음에는 야생마가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강하게 누르기보다는 반복해서 야생마의 성질을 천천히 다뤄야한다. 처음부터 한꺼번에 잡겠다고 나서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유를 두고 천천히 내부를 향해 시야를 고정시켜나가야 한다.
잡겠다고 나서는 이상 반드시 성공해야한다. 내부를 아무런 의미 없이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필요하다면 관심법을 익혀 자신의 내부부터 철저하게 살피는 일을 해야 한다. 지금 하단전에서는 일대의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생명에너지가 꿈틀대고 가둬둔 에너지가 밖을 향해 탈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모처럼 정성을 쏟아 신의 에너지를 싹트게 했는데 그 귀중한 에너지가 밖을 향해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긴급한 상황이다. 어떻게 하면 신의 에너지를 내부에 가둬둘 수 있는가를 연구해야한다. 결국 마음을 잡는 일이다. 마음이 안정되면 정신도 한곳으로 집중되기 마련이다. 정신이 집중되면 생명에너지도 그만큼 잘 모이게 되어있다.
시단법은 내부를 살피는 과정에서 하단전에 신의 에너지인 생명에너지를 보다 더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단음법(반청법)
한 가지 방법만으로 안 될 때는 다른 방법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다. 마음의 눈으로는 하단전을 응시하고 소리에 민감한 귀는 내부에서 꿈틀대는 창조의 원동력인 태양의 소리를 듣는 일이다. 하단전에서 천기(天氣)와 지기(地氣)를 만나게 하면 충돌이 일어난다. 충돌은 빛을 탄생시키고 빛은 창조의 힘이 되어 진다. 생명에너지가 강렬하게 부딪혀서 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들리지 않는가.
수련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귀에 들린다. 그리고 마음의 눈으로 볼 수도 있다. 분명 눈을 감았는데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냄새도 맡을 수가 있는 것이다. 내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내적 자아를 자극함으로써 발생하는 우주적인 시야가 넓어진 탓이라고 보면 좋다. 내부를 뚫고 우주를 향해 눈을 돌리게 된다. 광대무변한 우주의 세계를 거침없이 마음가는대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음법(丹音法)이란 반청법(返聽法)이라고도 한다. 마음의 귀로 하단전에서 태동하는 생명에너지의 소리를 들으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들릴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계속해서 시도해야 한다. 마음의 귀로 우주대생명력의 소리가 쿵쿵 들릴 때까지 주의 깊게 관심을 집중시켜야한다.
숲속바위쉼터에 앉아 바람 한 점 없는 숲을 생각해보아라. 모든 것이 고요로 감싸일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안정되어 편안함을 누리게 될 것이다. 바람이 멈추어있는 가운데 흔들리는 바람소리를 들어보아라. 그 미묘한 소리는 시단법과 맞물려 더욱 안정된 신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축적시킬 것이다.
이제 조금씩 내부를 향해 집중하는 법을 강화시켜나가야 한다. 비록 처음에는 잘 안될지언정 반복해서 능숙함이 배일 때까지 시도해 보아야한다. 정 힘들면 자신이 야생마를 길들이는 조련사가 되어보는 일이다. 일단 숙달이 되면 그때부터는 자연스럽게 모든 일이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잡념을 크게 무서워하지 말아라. 호흡하는 가운데 잡념은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 붙을 것이다. 잡념은 한마디로 정신이 흩어질 때 들리는 소리이다. 정신을 한곳에 매력적인 곳에 묶어둔다면 잡념은 나지 않을 것이다. 호흡하는 중간 중간에 잡념이 나더라도 무시하라. 차라리 함께 동행하면서 호흡량을 늘려 보아라. 하지만 너무 무리한 호흡량은 삼가야한다.
호흡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잡념은 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신비현상에 정신을 놓을 수가 있다. 하지만 건전한 사상위에 이루어지는 것들은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시단법(視丹法)과 단음법(丹音法)을 동시에 집중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결국 잡념으로부터 탈출하여 수련의 깊이를 진작시키려는 의도가 강함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생명에너지의 태동을 더욱 강화시켜 고밀도의 丹을 형성하는 역할도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7월 9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