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제주도3 - 만장굴(누락)

청아당 2017. 6. 2. 17:10

제주도3 - 만장굴(누락)

 

만장굴 입구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경축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확정

 

 

수녀님도 힘이 드신지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걸어가신다.

 

만장굴 입구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계단이 가파르니 주의하라는 문구가 나온다.

 

슬리퍼를 신고 미끄러지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기에

조심해야한다.

 

만장굴 입구에 넝쿨이 내려앉아있다.

바닥이 물기에 젖어 미끄럽다.

 

만장굴 안으로 들어갈수록

그 심각성은 더욱 크게 와 닿는다.

 

천정에서 떨어져 내리는 낙수 때문에

우산이 필요했던 것이다.

 

바닥은 물기로 젖어있고

천정은 낙수로 배수진을 치고 있어

우산을 준비해갔더라면

여유롭게 만장굴을 왕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들어선 후

뒤로 물러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오로지 앞을 향해 전진하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예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해도

앞을 향해 돌진할 수밖에 없다.

 

흥분을 자아낼 만큼

가슴을 설레게 한 것 같지는 않다.

 

앞에 무엇이 있나

확인해나가는 과정에 있는 곳이

만장굴이다.

 

만장굴 끝에 이르면

천장에서 바닥까지 연결된 돌기둥인

용암석주가 나온다.

 

그곳이 관람구간 끝이다.

 

 

다리 양옆으로 흐르는

동강의 풍광을 지나면

영월 고씨동굴이 나온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낸 작품

단양 고수동굴

 

자연 조형이 금강산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성불이 머물던 지하금강

울진 성류굴처럼

볼거리가 많지 않은 대신에

우산을 쓰고 다닐 정도로 크고 넓고 깊다.

 

하지만

다양한 모습의 내용물은 보이지 않지만

전설이 깃든 만장굴이기에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만큼

유명한 동굴이다.

 

그리고

그 깊이가

여느 동굴보다도

깊고 넓기에

만장굴의 위력이 나타나고 있다.

 

마음 놓고 허리를 펴가며 다닐 수 있어서 좋고

마음 놓고 모자를 쓰고 다닐 수 있어서 좋고

마음 놓고 우산을 쓰고 다닐 수 있어서 좋다.

 

동굴에서 예의를 다하기 위해

허리를 굽히거나

고개를 숙이거나

몸을 구부려야하는

수고가 없는 곳이 만장굴이다.

 

거침없이 앞을 향해

막다른 길이 나올 때까지 가는 곳이 만장굴이다.

 

이 얼마나 거침이 없는가?

이 얼마나 활달한 공간능력인가?

 

가끔씩

눈을 감고 달릴 만큼 공간이 넓어서 좋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날아와

섭지코지를 시작으로

제주김녕 미로공원,

만장굴까지

세 곳을 여행하였다.

 

숙소는 미리 예약해놓은 펜션(pension)에서

잠을 청했다.

 

화가 이중섭 기념관 근처에 있는 곳이다.

 

그리고

정방폭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200789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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