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우주의 본향
청아당
2022. 3. 27. 22:32
우주의 본향
태어나면 돌아갈 본향이 있어야 한다.
본향이 없으면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본향이 없으면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다.
우주의 본향은 본래부터 있던 자리이다.
무신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신을 부정하며
우주로 돌아갈 본향을 부정한다.
문제는 죽기 전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점이다.
살아생전 죽음에 대해 화려한 지식으로 감동을 준 사람이지만
막상 자신의 죽음 앞에서는 절제되지 못한 죽음의 고통을 맛보기 때문이다.
살아있을 때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죽는 순간 사람에서 시체로 취급당한다.
생사가 오가는 길목에서 보여주는 명칭인 것이다.
사람과 시체는 같은 피조물이다.
다만 생명이 붙어있느냐 붙어있지 않느냐의 차이뿐이다.
우주의 본향을 믿는 사람들은 죽음 또한 편안할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알고 자신이 되돌아갈 자리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확신이 있다면
그 기쁨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돌아갈 자리가 있는 것이다.
그 자리를 알든 모르든 돌아갈 자리가 있는 것이다.
우주의 본향은 차별하지 않은 곳이다.
돌아갈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곳이다.
2022년 3월 27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