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과거의 자연이 아니다
자연은 과거의 자연이 아니다
사람들은 헛되고 헛되다 말하기 좋아하지만
진정으로 좋은 것은 자연이다.
우선 말이 없어 좋기도 하지만
넉넉한 공간과 인색하지 않은 정감이 있어 좋고
모든 것을 조건 없이 받아주어 좋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에 더욱 좋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모든 것들이 헛된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소중하고 귀한 것들일지라도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기에
헛된 망상과도 같기 때문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헛되고 헛된 것이 세상이다.
허공을 바라보며
모든 시간을 휘젓고 다니는 형상이다 보니
헛된 망상과도 같기 때문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은
그러면서도
헛된 망상과 함께 지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무슨 조화인가?
바람과 날씨만큼이나
변화무쌍한 것이 자연이기 때문이다.
자연이 조용하고 순한 것 같지만
한번 일어서기 시작하면
뇌성벽력으로 천지를 뒤흔들기도 한다.
그래도 자연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품어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을 산과 들 그리고
바다와 하늘을 향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도시와 문명 그리고 우리들의 모든 것들이
자연에서 나와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연은 과거의 자연이 아니다.
자연은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 자연이다.
역사의 변천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자연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품고 있기에
과거에만 집착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와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언제까지고 과거에만 매달려 살 수는 없는 일이다.
하루하루가 눈부시게 발전하는 시대상인데
보폭을 크게는 못 맞추더라도
조금은 맞춰가며 살아가야하기에
조금이라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자연이 좋다.
과거에만 매달려 살던
현재에만 매달려 살던
미래에만 매달려 살던
그 모든 것을 껴안고 있는 자연이 있어
그저 좋기 때문이다.
자연이 내뿜는 숨길이 있어 좋고
자연이 심어주는 영감이 있어 좋고
자연이 따뜻하게 안아주는 품이 있어 좋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감성이 또 있겠는가?
너무 이성적이지 않아서 좋고
너무 감성적이지 않아서 좋다.
무엇보다도 자연은 자연스러워서 더 좋다.
2019년 3월 8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