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많아도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많아도
가야할 길을 알고 가는 길은 아름답다.
사람으로 태어나 언제 이러한 길을 걸어보겠는가?
본다는 것은 느끼는 것이다.
주어진 운명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기에 더욱 그렇다.
홀로 걷는 것도 아름답지만
함께 걷는 오솔길은 더 아름답다.
꿈같은 나날만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태풍처럼 휘몰아치기도 하고
때로는 나무처럼 흔들리기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예고된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사람으로 태어나 함께하는 날이 즐겁다면
그것처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많아도
달은 하나이듯이
가슴에 품은 뜻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 무엇으로 흔들 수 있겠는가?
가야할 길이 분명하게 정해진 이상
목표에 도달하는 일은
근기와 열정에 달려있다.
여유를 갖고 움직인다는 것은 그래서 좋다.
원리를 알고 덤비는 것도 그래서 좋다.
산책하듯이 걷거나
빛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우주를 걷는 것은
순간이동이다.
마음이 움직여야
몸이 움직이듯이
내면의 빛이 보여야
우주를 축소시켜놓은 소우주가 보인다.
하늘과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인체 내에서 일어난다면
그것처럼 신기한 일도 없을 것이다.
투영법처럼 온몸이 투시되어 보이거나
빛의 향연 속에서
고체가 액체로 보이기도 하고
액체가 기체로 보이기도 하고
고체가 기체로 보이기도 한다.
벽을 뚫고 나아간다는 것은
마음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는 뜻이다.
마음은 잡고 싶어도 잡을 수가 없다.
마음을 잡으려고 하면 멀어지고
마음을 놓으려고 하면 다가오는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듯이
마음은 마음대로 움직이도록 놓아주는 것이 맞다.
마음은 용광로에 담기어도 타지 않고
마음은 우주의 시작과 끝에 버려도 죽지 않고
마음은 물에 빠뜨려도 젖지 않는 불사조 같은 존재다.
마음으로 달을 잡아야지
손가락으로 달을 잡으려고 하면 안 된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많아도
마음만한 능력자는 없기에 그렇다.
2018년 4월 6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