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Kyoto, 京都) - 치쿠린 대나무 숲길Ⅱ
교토(Kyoto, 京都) - 치쿠린 대나무 숲길Ⅱ
도월교(渡月橋)를 관람하고 난 후
일본 5대 사찰이자 세계문화유산인
1345년에 창건된
임제종(臨濟宗) 대본산(大本山)
텐류지(천룡사(天龍寺))를 지나
아라시야마(Arashiyama, 嵐山) 역을 지나면
야궁신사(野宮神社)와 치쿠린 대나무 숲길을 관람할 수 있다.
대나무가 숲길처럼 늘어서 있는 곳이
치쿠린이다.
그 안에는 야궁신사가 있고
하늘을 향해 치솟은 대나무 숲 오솔길 따라
인력거가 바삐 움직인다.
초겨울인데도
젊은 청년의 이마엔 비 오듯 땀방울이 맺힌다.
비좁은 대나무 숲 오솔길 따라 움직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커브 길을 꺾을 때는 곡예를 하듯이 움직여야하고
그 손놀림과 발걸음은 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호흡을 고르기도 전에 숨부터 헐떡인다.
그것도 여럿이서 모여 함께 움직이는데도
무게가 나가는 외국인부부가 탈 때면
1명이 2명을 태워 움직이다보니 힘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무리를 지어 떼로 움직이면
조금은 위안이 될 줄 알았는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어찌되었든
인력거를 탄 사람들은
왕이나 왕비처럼 타야하고
왕자나 공주처럼 타야하기에
보는 사람하고
타는 사람의 마음이 달리 보인다.
보는 사람은 무료이고
타는 사람은 유료이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한가하게 풍류나 음풍농월이 깃들어 있을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힘든 노동의 시간이
대나무 숲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극과 극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아는지 모르는지
치쿠린 대나무 숲속에도 저택이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다.
치쿠린 대나무 숲과 오솔길을 지나면
철길이 나온다.
철길을 건너면 인력거를 탑승할 수 있는
대나무 숲길이 나타난다.
대나무 숲을 지나면
또 다른 세계가 대기하고 있다.
철길주변을 감상할 수도 있고
자연 속에 풀어 논 자그마한
세계의 명화 모사품인
‘세계의 미술관 전’이 손님도 없이
소리를 죽여 가며 전시되어져 있다.
아라시야마 주변을 전부 관람한다는 것은
짧은 일정으론 힘든 일이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것만 관람한 후
나머지는 후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여행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지역을 샅샅이 관람하는 것보다는
맥을 짚어
중요한 부분만 보는 것이기에
이 또한 여행의 묘용이기도 하다.
“편안한 산책이 함께하는 [아라시야마(嵐山)]”
200m에 달하는 치쿠린 대나무 숲길은
담양 죽록원 규모와 비슷하다.
젊은 청년이 끄는 인력거가
아름다운 아가씨와 예쁜 여자애들을 태우고
무리를 지어가며 대나무 숲 오솔길을 빙빙 돈다.
그렇지 않아도
죽림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맑은 하늘이 빙빙 도는 것 같은데
인력거를 끈 젊은 청년들이 떼 지어 다니며
분위기를 한껏 고양시키고 있다.
치쿠린 대나무 숲길은
담양 죽록원과 유사한 점이 많지만
원씨물어 일적(源氏物語 日蹟)
차아야궁(嵯峨野宮) NONO MI YA라는
야궁신사(野宮神社)가 있고 그 옆으론
비석으로 눌러놓은 공동묘지가 서 있다.
야궁신사에서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많다.
연인과의 사랑을 이루게 해달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합격기원을 위해 비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행복을 비는 사람들도 있다.
소원은 다양하여 저마다 자신의 뜻을 내비치면 된다.
정서적인 아름다움으로 따진다면
당연히 담양 죽록원이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담양 죽록원은 대나무 숲이 더 울창하면서도 그늘이 졌고
대나무 숲과 한옥이 자리하고 있고
정자와 연못이 함께하면서
전망대와 함께 대나무창틀 사이로 자연을 내다볼 수 있는
탁월한 예술적 감각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발걸음 또한 경쾌하면서도 힐링이 되는
고요속의 침묵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선계에 들어와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고
시를 짓거나 거문고를 타면서 청담(淸談)을 즐겼던
죽림칠현(竹林七賢)이 생각날 정도로 그 경관이 수려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한국에서만 가능하기에 그렇고
일본적인 아름다움은 일본에서만 가능하기에 그렇다.
치쿠린 대나무 숲길 주변을 살펴보면
천룡사(天龍寺)가 있고
보암원(寶巖院)이 있고
구산공원(龜山公園)이 있고
대하내산장(大河內山莊)이 있고
상적광사(常寂光寺)가 있고
이존원(二尊院)이 있고
청량사(淸凉寺)가 있고
대각사(大覺寺)가 있고
직지암(直指庵)이 있고
대택지(大澤池)가 있고
광택지(広澤池)가 있고
천대고도(千代古道)가 있고
식등조원(植藤造園)이 있고
남산역(嵐山驛)이 있고
차아역(嵯峨驛)이 있고
남산(嵐山)이 있고
도월교(渡月橋)가 있고
카쓰라카와(계천(桂川))가 흐르고 있고
남산공원(嵐山公園)이 있고
법륜사(法輪寺)가 있다.
2017년 12월 21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