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몸은 그 자리에 서 있는데
청아당
2017. 10. 23. 09:59
몸은 그 자리에 서 있는데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바람이 분다는 것은
세월을 밀어낸다는 것과 같다.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인데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나를 사이에 두고 시간이 흐르고 있다.
내가 서 있어도 세월은 흐를 것이고
내가 달려도 세월은 흐를 것이다.
세월은
내가 멈춘다고 함께 멈추지 않는다.
바람이 지나가는 것처럼
물이 흐르는 것처럼
세월은 본능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살 길이고
그 길 이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몸은 그대로인데
내 몸이 움직이고 있다.
바람 한 점 없는데도
내 몸이 움직이고 있다.
바람은 움직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세월도 흐르기 위해 존재한다.
지금 내 몸이 움직이는 것은
바람이 움직이기 때문에 그렇고
세월이 움직이기 때문에 그렇다.
2017년 10월 23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