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은 신비의 무덤이다(수정)
평범은 신비의 무덤이다(수정)
신비를 신비라 말하지 못하는 것은
평범이 있기 때문이다.
함부로
평범을 흔들지 말라!
평범을 흔드는 순간
신비가 되살아날 수 있기에
평범을 흔들지 못하고 있다.
바람이 불고 싶어도 불 수 없듯이
평범도 드러내고 싶어도 드러낼 수가 없다.
평범과 신비는
신구(新舊)와 유사하다.
새것은 신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으며
헌것은 평범에 비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무기나 신상품이 나오면
그 당시에는
호기심어린 신비감으로 쳐다보지만
또 다른 신무기나 신상이 나오면
구형이 되어 신형에 밀려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부연하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것이 신비라면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이 평범이다.
기적이나
색다른 체험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채근담에서 말하는 것처럼
“지극함에 이르면 별다른 기이함이 없다”라는 말과
상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평범은 신비의 무덤이다.
신비는 처음 한번이 신비하지
그 다음부터는 신비롭지가 않다.
신비를 계속해서 대하다보면
평범으로 되기에
평범은 신비의 무덤이다.
이 얼마나 평범한 일인가?
신비가 신비롭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보아왔고
그만큼 많이 접해보았고
그만큼 많이 경험해보았기에
신비는 단지 평범 그 자체이다.
평범을 흔들어보아라!
수많은 신비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동안
숱한 신비들이 모여 잠든 곳이
평범이라는 무덤이기에
평범을 흔드는 순간
신비는 눈을 뜨고
평범의 틀에서
깨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27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