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에서 마주친 두 여학생
청량산에서 마주친 두 여학생
흥륜사 백팔계단 첫 걸음에
해탈귀로(解脫歸路)가 눈에 들어온다.
범종각이 인공분수대위에 서있고
관음석굴은 약수터 옆에 서있고
대웅전 옆으론 약사전이 서있다.
약사전을 지나면
청량산으로 통하는 등산로가 나온다.
힘찬 발걸음으로
통나무계단을 밟고 선 곳은
경인송신탑 전망대이다.
전망대에선 아주머니께서
아이스크림과 칡즙을 판다.
그리고
시원한 음료수와 물을 판다.
송도국제도시 안내판이
항공사진으로 찍힌 후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 있다.
등산객들이 붐비는 곳이다.
잠시 호흡을 고른 후
나무계단을 밟고 내려가다 끝난 지점에
바람의 언덕이 있다.
날씨가 더울 때
이곳을 지나면
바람이 길목을 찾아 들어오는 곳이다.
바람의 언덕을 지나면
오르막길 나무계단이 나온다.
한 여학생이 물통을 손에 든 채
힘없는 모습으로
이어폰을 들으며 앞을 향해 걷고 있다.
위아래로 검정 옷이다.
빠른 걸음으로 앞질러 간 후
용학유정이 있는
청량산 정상에서
몸을 푼 후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검정 옷을 입은 또 다른 여학생이
청량한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바위에 앉아
이어폰을 낀 채
핸드폰과 함께하고 있다.
아랑곳하지 않고
명상을 한 후
배전망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용학유정과 배전망대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배전망대에 도착하여 내려다보니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사이로
송도유원지가 직선도로로 뻗어있고
우측엔 인천광역시립박물관과
오리고기로 유명한 송정옥이 자리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를 촬영할 때
들렸던 곳이기도 하다.
송정옥은
인하대 교수들을 비롯하여
인천에서 유명세를 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렇지만
청국장을 맛있게 잘하는 곳으로 유명해진 다음에는
일반인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단골손님한테는
서비스가 남다르다.
반찬가지수가 한두 개라도 더 나오고
고기양도 조금 더 준다.
잠시 송정옥을 생각하며
인천대교와 인천남항을 살펴보고
발길을 돌려 용학유정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바람의 언덕에서 보았던 여학생과
바위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함께 있었는데
바람의 언덕에서 보았던 여학생은 보이지 않고
바위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조금 전에 몸을 푼 후
호흡을 고르기 위해 서있던 바위에 앉아있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등산하는 곳이다.
널따란 바위에
서로 떨어져 앉거나 누워있거나
발을 뻗으며 송도국제도시를 바라보거나
용학유정에 걸터앉아
가을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발걸음을 옮겨
오던 길로 되돌아가
흥륜사를 거쳐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귀가하여
조용히 생각해보니
두 여학생은 묵언수행 중이었던 것 같다.
청초하면서도 세련된 현대사를
몸에 걸쳐 입은 후
음속(音速)으로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017년 9월 9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